뮤직 포에버

대구에서 시작된 8,400일

HYUNMIN
등록일 2026-04-13 15:39:18 | 조회수 110
안녕하세요. 광주에서 사연 보냅니다.
저는 올해로 아내와 함께한 지 23년이 된 남편입니다. 며칠 전 4월 12일이 함께한 지 8,400일이었고, 이번 주 4월 18일이 처음 만난 날입니다.
올해는 기념일을 좀 다르게 보내고 싶어서 서울에 있는 손정원 셰프 레스토랑을 몰래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먼저 "대구 가자"고 하더라고요. 저희 부부가 오래 뵈어온 선생님이 지휘하시는 합창단 공연이 16일에 대구에서 열린다면서요. 서울행 계획은 조용히 접었습니다. 23년을 같이 살아도 아내의 한마디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입니다.
그 선생님은 대구에 가면 종종 식사도 함께하는 분인데, 요즘 편찮으신 중에도 무대에 서신다고 합니다. 아내도 저도 그 마음이 대단하셔서, 이건 꼭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아는 교수님 소개로 인연이 닿았고, 2003년 4월 18일 대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아내가 건네준 작은 선물을 받아들던 그 날이 아직 선명합니다. 그 뒤로 대구는 자주 가는 익숙한 도시가 됐는데, 이번에는 아내 옆에 앉아서 합창 공연을 보다가 문득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를 것 같기도 합니다.
아내는 20년 넘게 전라도에서 살면서도 아직 낯설어합니다. 주변에 편하게 이야기 나눌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가끔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립니다. 그래서 더 자주 말을 걸고, 더 자주 웃기려 합니다.
20주년도 아니고 25주년도 아닌 23년째라 거창할 것은 없지만, 8,400일이라는 숫자를 가만히 세어보니 꽤 많이 왔구나 싶습니다. 근사한 레스토랑 대신 대구에서 소중한 분의 무대를 함께 보고, 맛있는 거 먹고 오겠습니다. 그게 우리한테는 딱 맞는 기념일인 것 같습니다.
함께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해민아, 사랑해.